코트 깃을 빳빳이 세우고 싸늘한 가을바람을 즐기고 계신

가을 남자들의 입맛을 잡으러

고들빼기 김치가 시골 밥상에 올라왔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시골 밭두렁에는 누가 굳이 씨를 뿌리지 않아도

홀씨처럼 바람에 날린 씨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고들빼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농부의 발에 짓밟혀 이파리가 부러져도

납작하게 땅에 붙어 자라고 있지요.

고된 농사일에 입이 바짝 타버린 농부들에게 입맛이 살아있을 리 없고

찬밥에 물 말아 한 술 후딱 비우고 

또다시 논으로 밭으로 발길을 돌리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입맛도 없고 고된 농사일에 밤이면 아랫목에서 끙끙 신음소리를 내시며 밤잠을 주무시곤

어스름 새벽이면 아침이슬을 맞으며 쟁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짧은 가을 해를 붙잡기라도 하시듯 

기나긴 겨울을 준비하시려 바삐 손을 놀리시던 아버지.....

짧은 가을해를 붙들고 찬물에 밥 한술 뜨시고 온종일 일만 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거친 손에 호미를 잡고 땅에 납작하게 숨죽이고 있던 고들빼기를 캐어

쌉쌀하고 거친맛이지만 고들빼기김치를 담가서

검게 그을린 얼굴에 수줍은 미소와 함께

조용히 고들빼기 김치를 밥상에 올리시던 어머니.

잃어버린 아버지의 입맛을 찾아드리고,

남자들의 밤세계를 다시 찾아줬다나 어쩠다나.....

요즘엔 시골 밥상에서도 찾기 힘든 귀한 고들빼기김치랍니다.

고들빼기김치는 담는 과정이 까탈스럽고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밥상에서 멀어지는가 봅니다.

지금부터 아버지의 입맛을 찾아주고 귀한 늦둥이를 맞이했던 고들빼기김치를 담아봅니다.

고들빼기를 잘 손질하여 맹물에 2~3일 정도 담가서 쓰디쓴 맛을 약하게 해 줍니다.

물을 가득 넣고 고들빼기가 잠길 수 있도록 하여 잘 묶어서 밀봉합니다.

Tip; 절대로 소금물에 담그지 않기 (소금물에 삭히면 질겨집니다.)

생고추를 한 바가지 정도 씻어서...

믹서기에 잘 갈아줍니다.

밀가루 풀을 쑤어서 한 컵 정도 준비하고, 찧은 마늘도 한 숟가락 정도 준비합니다.

Tip; 고들빼기의 쓴 맛이 강하기 때문에 향이 강한 마늘은 많이 넣지 않는다.

 

설탕 3스푼, 고춧가루 1개 반 컵을 준비하고,

쪽파 작은 거 한단 정도.

재료:생고추를 갈 때 젓국을 한 컵을 넣고 갈아서 준비하고, 풀물, 설탕 3숟가락, 미원 티스푼 1개, 마늘 1숟가락, 물엿 1컵

골고루 섞어서 잘 저어 준비합니다,

준비 끝.

맹물에 3일 정도 잘 우려낸 고들빼기를 모래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잘 흔들어 씻어 줍니다.

열 번 정도 씻은 후에야 깨끗해진 모습.

고들빼기는 맹물에 우려 뒀기 때문에 소금으로 절이지 않아도 숨이 죽어서 바로 담가도 됩니다.

색감이 좋게 당근과 햇밤을 송송 썰어서 넣으면 맛도 좋아요.

밤이 딱딱해서 썰때 손 조심.

저는 밤이 없어서 패스.

 

완성된 꼬들빼기 김치.

이렇게 버물버물하고,

그 위에 빻아 놓은 깨소금을 뿌려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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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원생활 5년 차에 접어든 우리는 이제 시골 밥상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레 인스턴트 음식은 밥상에서 사라져 갑니다.

산과 들에서 음식의 재료들이 쏟아져 나오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이제는 밥상에서 사라져 가는 시골 반찬들이 

산과 들에 흔한 재료들로 쪼물쪼물 데치고 무쳐서 밥상에 올리면

잊혔던 우리의 입맛을 기억해냅니다.

언니들이 찾아오면

뽀글뽀글 된장찌개와 고들빼기김치 한 접시에 밥 한 공기 후딱 해치우고,

벽난로에 불 지피고,

구들장에 등지지며,

고구마를 구워 바구니 가득 쌓아놓고

도란도란 잊혀가는 옛이야기들 끄집어내어

엄마 아빠의 고생담과 함께 

입술이 까매지도록 고구마를 먹고

서로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어댑니다.

 

Posted by 사라와 구들쟁이 사라와 구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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