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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구들쟁이와 함께/일상수다...

봄이 오는 소리

겨울잠을 자는 검은 짐승 같던 바위틈으로 물줄기가 흘러간다.

꽝꽝 얼어붙은 물웅덩이 잔설 위에 찍혀 있던 새와 짐승의 발자국이 얼음과 함께 사라졌다.

차고 깨끗한 물이 잔주름을 일으키며 가라앉은 낙엽과 물때를 덮어쓴 돌맹이들을 비춘다.

 

 

긴 잠에서 깨어나 수액을 빨아올리는 버드나무 느릅나무 물프레나무의 어둡고 딱딱하던 빛깔이 순해진다.

나무들은 가지마다 굴뚝새부리만 한 씨눈을 매달고 있다. 삭정이를 한 짐 얹어놓은 나뭇지게를 바쳐놓고 졸졸 흘러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앉아 있다.

 

 

<봄이 오는 소리> 동영상 재생 1분 23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흘러가는 물줄기는 작은 돌맹이에 부딪쳐 갈라졌다 합쳐지며 소리를 내기도 하고 물가에 뿌리를 드러낸 버들개지 뿌리를 간질이고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앞 물이 지나가며 소리를 낸 자리에서는 따라오던 물도 어김없이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흘러가는 물가에서 무심히 귀를 열어놓고 있으면 물소리는 사라졌다 다시 들려오고 아래로 흐르던 물줄기가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물가 옆에 우뚝우뚝 서서 침묵에 잠겨 있는 잣나무들 사이에 고요가 깃들어 있다. 비탈의 아래쪽 우묵한 곳에 모여 있는 잣나무 숲에는 바람도 불지 않는다. 누런 침엽들도 몇 겹의 융단을 깔아 이 숲에서는 누구도 고요를 깨트릴 수 없다.잣나무는 침묵 속에서만 한 생을 증거한다.

 

 

흘러가는 물결의 속삭임과 멈춰 있는 나무들의 침묵 사이에 나는 앉아서 작은 물웅덩이에 일렁이는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나무인가 물인가? 나는 나무이기도 하고 물이기도 한 것이다.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들어앉아 흙벽 초배지 사이로 떨어지는 먼지 소리를 듣고 얼어붙은 어둠 저편 짐승의 처연한 울음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봄이 왔다. 겨울을 건넌 모든 생명의 살갗에 부드러운 바람이 숨구멍을 열어준다. 뿌리는 땅속에서 가지는 땅 위에서 생명의 씨눈을 틔우고 있다. 나는 때로 이 숲의 계절과 사람의 계절을 함께 생각해본다. 얼음의 깊은 침묵은 봄의 물빛을 맑고 깊게 만들어주고 눈 속에 뿌리박은 나무의 뿌리는 봄이 오면 모든 가지의 끝까지 맑은 수액을 밀어 올려 초록의 잎을 키운다.

 

 

이것이 어찌 숲만의 일이겠는가. 겨울을 건넌 모든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고 가슴마다 초록빛 새순 하나씩 피워 올리길 바라는 것은 나 자신에게 하는 독백이기도 하다.            ---글  정 용 주 ---

                                                                                              --- 사진 구들쟁이 <치악산 자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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